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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스님에게 배우는 사찰의 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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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봄나물은 겨우내 단단해진 들판을 뚫고 자라 나른한 입맛을 살리고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뜻의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처럼 봄에 먹는 나물이야말로 이 계절에 취할 수 있는 최고의 건강식이라 할 수 있다. 김호진이 사찰 음식을 배우기 위해 선재 스님을 만났다. 진정한 슬로푸드인 사찰 음식을 통해 건강한 먹을거리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사찰의 봄나물 요리를 배웠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찰 음식 이야기

지난해 서울시에서 주최한 '서울김장문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돼 행사에 참여했다. 여기서 사찰 김치를 알리기 위해 참여한 선재 스님을 만나 먼저 인사를 건넸고, 기회가 되면 사찰 음식을 맛보러 오라는 초대를 받았다. 선재 스님은 여러 논문과 방송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사찰 음식을 알린 주인공이자 이 분야의 대가다. 요즘은 국내외 여러 음식 관련 행사를 비롯해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찰 음식을 알리고 있다. 많은 음식을 맛보고 배웠지만 사찰 음식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었다. 봄을 맞아 자연의 흐름에 맞는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사찰 음식을 배우기 위해 선재 스님에게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가르쳐주겠노라는 답변이 왔다.

사찰 음식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요리의 한 부분'으로서가 아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먹을 게 없어 병이 났다면, 먹을거리가 풍요로워진 요즘은 너무 많이 먹어 혹은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음식을 즐겨 병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음식을 취하는 덕분에 건강식으로 대표되는 사찰 음식의 철학이 궁금했다.



"아침과 점심은 시약(時藥)이요, 식사가 허락되지 않는 시간인 오후에서 저녁은 시분약(時分藥)이라는 말이 있어요. 시약은 스님들이 오전 중에 먹는 모든 뿌리와 곡식, 열매가 포함된 정식 식사를, 시분약은 오후부터 밤까지 먹는 과즙 종류의 음식을 뜻해요."



아침에는 잠든 장기를 깨우기 위해 맑은 음식을, 위장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점심에는 기름지고 맵고 짠 음식을 먹고, 저녁에는 과일즙을 마셔 과식을 피하라는 말이다. 경전을 보면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 "마음이 우울하다", "살기 힘들다"라고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부처는 "당신은 무얼 먹고 사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당시에도 사람들의 삶의 무게와 고통은 지금과 비슷했으며, 이런 인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를 먼저 물었다는 것이다. 건강하게 잘 먹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뜻에서 던진 질문이다. 아침은 대충 건너뛰거나 빵이나 우유로 때우고, 점심은 간단하게 먹으며, 저녁에 기름지고 영양가 높은 만찬을 주로 즐기는 현대인들의 식습관이 우리네 몸을 병들게 하고 있다. 잠들기 2시간 전에 먹는 음식은 독약과 같으니 저녁은 가볍게 먹고, 아침과 점심을 든든하게 먹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은 지금보다 더 건강해질 거라고 선재 스님은 말한다.



봄을 알리는 사찰의 봄나물 요리


"「금광명최승왕경」 제병품(除病品)을 보면 '봄에는 담과 심화병이 이니 떫고 매운 것을 먹고, 여름에는 풍병이 생기니 짜고 신 것을 먹고, 가을에는 황열병이 더하니 달고 미끈한 것을 먹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어요. 들판에는 움을 틔우기 위해 모든 에너지가 집중돼요. 봄에 핀 새싹에는 만물을 소생시키기 위해 모든 영양소가 집약되고 향도 강하죠. 봄이 되면 몸이 나른하잖아요. 이럴 때 봄 새싹을 먹고 기운을 얻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 셈이죠."

봄에는 마음속의 울화로 몸과 마음이 답답하고 몸에 열이 높아지는 심화병이 생기기 쉬운데, 혈관이 튼튼하면 몸속에 피가 잘 돌아 심화병을 예방할 수 있다.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식품은 바로 쑥과 머위. 이파리가 큰 머위는 냉한 에너지가 강해 열이 많은 사람에게, 이파리가 작은 쑥은 열을 내기 때문에 냉한 사람에게 잘 맞는다. 또 탄생을 의미하는 연근은 혈전을 녹이고, 봄에 나는 냉이는 산삼과도 바꾸지 않을 정도로 땅속의 강한 기운을 담고 있어 봄에 취하면 좋다. 선재 스님은 이러한 여러 봄나물로 몇 가지 사찰 음식을 제안했다.

가장 먼저 쑥, 냉이, 원추리, 취나물 등을 잘게 썰어 곱게 간 연근과 고루 섞어 부치는 봄나물 연근전을 만들었다. 재료가 갖는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요리인데, 봄에 나는 연근은 녹말기가 많아 밀가루를 넣지 않아도 점성이 충분하다. 취향에 따라 여러 봄나물을 선택해 넣을 수도 있고, 집에 있는 봄나물 하나만 잘게 썰어 넣어도 좋다. 다음으로 도토리묵구이와 고수겉절이를 배웠다. 도토리묵을 쑤는 것은 참으로 수고스러운 일이라 음식을 대접받는 입장에서는 감사한 식재료다. 이 도토리묵을 두껍게 썰어 들기름을 두른 팬에 올리고 약한 불로 은근하게 구우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해졌다. 고춧가루와 다시마식초, 현미식초 등으로 양념한 고수겉절이를 곁들이니 훌륭한 전채 요리가 완성됐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재료 본연의 맛을 잊은 채 조미료에 취해 음식을 먹을 때가 의외로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봄나물 연근전과 도토리묵구이, 고수겉절이는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음식이라 하겠다.



도토리묵구이와 고수겉절이


재료
고수 4줌, 빨강 파프리카 1/2개, 들기름 적당량, 양념장(다시마식초·물 2큰술씩, 간장·현미식초·깨소금 1큰술씩, 고춧가루 1작은술), 도토리묵(도토리묵가루 1컵, 물 6컵)

만들기
1 볼에 도토리묵가루를 넣고 6배의 물을 부어 가루가 풀어지도록 고루 섞는다. 2 냄비에 ①을 넣고 센 불에 올려 잘 저어가며 끓이다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여 한소끔 더 끓인다. 3 ②가 걸쭉해지면 용기에 덜어 반나절 정도 굳힌다. 4 ③의 도토리묵을 6×8×3cm 크기로 썬 뒤 들기름을 둘러 달군 팬에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5 고수는 손질해 3cm 길이로 썰고 파프리카는 작게 사각 썬다. 6 볼에 ⑤의 고수와 파프리카를 담고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넣어 고루 섞은 뒤 ④의 도토리묵과 함께 그릇에 담는다.



봄나물 연근전


재료
연근 1개, 쑥·취나물·냉이·원추리 1줌씩, 소금 약간, 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연근은 강판에 곱게 간 뒤 소금으로 간한다. 2 쑥과 취나물, 냉이, 원추리는 다듬어 씻은 뒤 1~2cm 길이로 썬다. 3 ①의 연근에 ②의 봄나물을 넣고 고루 섞은 다음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한 숟가락씩 떠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단호박국수로 만든 사찰 음식과 채식 요리

선재 스님이 머무는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의 뒷마당에는 수십 개의 장독이 있다.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을 비롯해 다시마효소 등이 만든 연도별로 가득 숨 쉬고 있는데,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10년, 20년 묵은 장들을 갖고 있다는 점이 무척 부러울 따름이다. 그 귀한 고추장과 다시마효소를 넣어 봄이면 사찰에서 즐겨 먹는 유채나물 비빔단호박국수를 만들었다. 삶은 단호박을 으깨 밀가루와 함께 반죽해 면발을 뽑고 삶아 국수가 거의 익을 때쯤 유채나물을 넣고 살짝 데친 뒤 찬물에 씻어 고추장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는 요리다. 국수의 노란 면발과 유채나물의 초록 빛깔, 여기에 빨간색의 고추장 양념까지 더해져 군침이 절로 난다.

선재 스님의 요리를 응용해 채식주의자를 위한 버섯 향 소스 볶음단호박국수를 만들어봤다. 단호박국수는 배운 대로 면발을 뽑아 삶은 뒤 유채나물과 숙주나물, 모시조개, 새우, 만가닥버섯, 양파 등을 넣고 여기에 풍미가 좋은 버섯 향 소스로 맛을 낸 것. 버섯 향 소스는 굴 소스보다 순하고 짜지 않으며 버섯 특유의 향이 감돌아 감칠맛을 높여준다. 재료는 원하는 대로 넣고, 국수 대신 우동을 넣어 볶아도 좋으며, 접시에 음식을 담은 뒤 가쓰오부시를 얹으면 별미 요리로 그만이다.



유채나물 비빔단호박국수


재료
국수 반죽(단호박 1/2개, 밀가루 250g, 물 20ml, 소금 약간), 유채나물 3줌, 애호박·당근 1/4개씩, 표고버섯 5개, 식용유 적당량, 양념장(다시마효소 2큰술, 고추장·참기름·깨소금·조청 1큰술씩)



만들기
1 단호박은 껍질을 벗겨 삶은 뒤 뜨거울 때 곱게 으깬 다음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반죽해 비닐봉투에 넣어 1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2 애호박과 당근, 표고버섯은 채썬 뒤 식용유를 두른 팬에 볶는다. 3 ①의 반죽을 밀대로 민 다음 0.5cm 폭으로 썬다. 4 끓는 물에 ③의 국수를 넣고 한소끔 끓이다가 면이 거의 익어갈 때 유채나물을 넣고 삶는다. 5 ④를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6 볼에 ⑤의 국수와 유채나물을 넣고 ②의 볶은 채소를 넣은 뒤 분량의 양념장으로 고루 무쳐 그릇에 담는다.



버섯 향 소스 볶음단호박국수

재료
국수 반죽(단호박 1/2개, 밀가루 250g, 물 20ml, 소금 약간), 유채나물·숙주나물 2줌씩, 만가닥버섯 80g, 모시조개 8개, 중새우 6마리, 양파 1/2개, 가쓰오부시 약간, 버섯 향 소스 2큰술, 맛술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단호박은 껍질을 벗겨 삶은 뒤 뜨거울 때 곱게 으깬 다음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반죽해 비닐봉투에 넣어 1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2 ①의 반죽을 밀대로 밀어 칼국수 두께로 면발을 뽑은 뒤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헹군다. 3 모시조개는 깨끗이 해감하고 중새우는 머리, 내장, 껍질을 제거한다.
4 유채나물은 3등분하고 만가닥버섯은 손으로 곱게 찢고 양파는 굵게 채썬다. 5 식용유를 두른 팬에 ④의 양파를 넣고 볶다가 ③의 모시조개와 중새우를 넣어 볶는다. 6 ⑤에 ②의 국수와 ④의 유채나물, 만가닥버섯, 분량을 숙주나물을 넣고 버섯 향 소스와 맛술,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볶은 뒤 접시에 담고 가쓰오부시를 올린다.

Tip

맛내는 비법으로 추천하는 이금기소스의 버섯향소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소스로, 풍부한 버섯 향이 농후한 풍미를 더한다. 맛이 순하고 담백해 볶음 요리를 할 때 간장 대신 넣으면 풍미가 풍부해져 음식의 감칠맛이 더욱 살아난다. 4천5백원.

<■진행 / 이서연 기자 ■사진 / 신채영(신채영스튜디오) ■제품 협찬 / 빈폴맨(02-3446-7725), 오프너샵(02-456-9854), 이금기소스(02-2010-0114), 지오송지오(02-516-5611), STCO(02-511-3942) ■헤어&메이크업 / 이순철, 지미(순수 청담설레임점, 02-518-6221) ■패션 스타일리스트 / 장성희 ■푸드 스타일리스트 / 김형님(st.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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