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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가 된 샌드위치 백작


난 공부를 할 때, 특히 외국어 공부를 할 때, 책 한 권을 진득하게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한시간만 들여다 보면 지친달까. 내가 하는 공부 역시일단 시험 대비용이기 때문에 그런 수험서만 들여다 보면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그럴 땐 난 과감하게(?) 책을 덮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택한다. 그럴 경우 택하는 책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이 아니라 - 한 번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놓을 수 없기 때문에 - 외국어 공부와 관련된 재미있는 책을 찾는다. 외국어와 관련된 책인데 재미있는 책이 어디 있나고? 잘 찾아 보면 꽤 많다. 수험서처럼 빡빡한 책이 아니라 에세이처럼 읽으면서 단어공부를 하거나 그 나라 문화에 대해 배우거나 할 수 있는 책들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그런 책은 교양서 정도로 읽으면 좋지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안된다.(그런 건 욕심이 지나친 거라 그러지요) 그래도 꽤 도움이 많이 된다. 『샌드위치가 된 샌드위치 백작』은 사람의 이름에서 파생한 영단어에 관한 인문교양 영어단어책이다. 인문교양이라는단어를 붙인 이유는 단어에관한 설명에서 그 단어의 어원이 된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짧지만 당시 역사 등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기때문이다. 물론 짤막한 토막 상식이지만 단어의 유래에 관한 설명으로는 딱 적당하다고 보여진다.이 책의원제는 Anonyponymous라고 하는데, 딱 봐도 길고 어려운 단어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단어는 저자가만들어낸 단어니까. 물론 이 단어를만들면서 조합한 두 단어도 사실 어렵긴 하지만...이 단어는 익명을 뜻하는 annoymous와 시조를 뜻하는 eponymous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Anonyponymous에 익명의 시조(始祖) 라는 뜻을 붙였다. 이는 누군가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단어의 기원을 찾아 그것과 함께 단어의 뜻을 설명한다는 뜻이다. 책의 제목에 나온 샌드위치 백작에서 먹는 샌드위치가 나왔듯이, 이 책에 수록된 단어도 처음 그 단어가 누구의 이름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그럼 누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일까. 여기에 수록된 단어들 중에는 실존 인물의 이름을 따온 것도 있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나 게르만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 희곡이나 문학 작품 등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 등 다양한 이름이 기원이 된 단어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중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단어도 있고, 어라라 이건 처음 보는 것인데 하면서 이런 기원이 있었군 하는 신기한 기분이 드는 단어도 많다.나같은 경우 달력에서 월(月)을 뜻하는 단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 이름, 요일을 뜻하는 단어는 게르만 신들에서 따온 이름이란 것이라든지, 입밖으로 꺼내긴 좀 쑥스럽지만 마조히즘이나 새디즘이 실존 인물에서 따온 이름이란 건 알고 있다. 또한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를 처형한 단두대를 만든 기요탱이란 인물 등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고 있다. 하지만 실루엣도 사람 이름에서 따왔다니 깜짝 놀랐다. 그밖에는 개들에게 던져주고 물어 오게 하는 프리스비가 원래는 파이접시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나 견종의 하나인 잭 러셀 테리어나 도베르만 핀셔의 이름이 사람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란 것을 보고 무척 재미있었다. 또한 기포가 나오는 욕조를 뜻하는 저쿠지와 관련된 따스한 이야기, 초대형을 뜻하는 점보와 관련된 안타까운 이야기를 비롯해 푸흡하고 웃음이 터질 만한 유래를 가진 단어, 조금은 민망하지만 의외의 수확이었어란 생각을 하게 해준 단어들이 무척 많다. 만약 단어와 발음과 뜻만 설명해 놨으면 정말 지루했을 테지만 저자의 유머러스한 글과 그림이 유쾌하면서도 즐겁게 재미있는 단어 공부를 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연상으로 인한 기억은 기억이 꽤 오래 남는 편인데, 어쩌면 특이한 단어들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겨질지도 모르겠다. 그외에도 단편 지식으로 다양한 모자의 이름의 기원이 된 사람들의 이름, 성서에 등장한 인물과 관련된 단어, 사람의 이름을 딴 요리, 슬랭등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특히 슬랭은 예전에 슬랭만을 다룬 책을 읽은 적이 있지만 역시나 재미있다. 욕이라고 생각하면 기분 나쁠지도 모르지만, 슬랭 속에도 역시 그 문화권만의 고유한 특성이 살아있기 때문에 알아 둬서 나쁠 건 없다. (내가 욕을 할 필요는 없지만 누군가 욕을 할 때 알아 듣긴 해야 하니까 필요하고, 그리고 슬랭이 꼭 욕만을 뜻하는 건 아니라 은어도 많으니 꽤 재미있다)이런 문화적 특성은 슬랭 뿐만 아니라 그 단어가 만들어진 상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누군가의 이름이 기원이 되어 만들어진 단어는당대 문화를 반영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쓰이는 단어도 있지만 사멸 직전이나 다시 부활한 단어 역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부록 참조)누군가의 이름이 기원이 된 단어도 이렇게 많다니!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인상적인 사람이었기에 단어까지 만들어질까 싶은 생각이 들어 신기하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그럴수 밖에 없구나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한다. 공부를 하다 지쳤을 때, 소설처럼 긴 내용을 읽을 시간이안나는 자투리 시간 밖에 없을 때, 이럴 때 단어의 기원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단어 사냥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샌드위치 백작은 자신이 한 조각 빵의 이름으로 남게 될지 알고 있었을까?

말할 때마다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영어 단어 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샌드위치 백작이다. 우리는 오늘 점심엔 샌드위치나 먹을까? 혹은 샌드위치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샌드위치 백작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샌드위치 는 한번 도박판에 앉으면 24시간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샌드위치 백작 의 이름에서 비롯된 단어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던 샌드위치 백작은 도박판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우리는 빵 사이에 야채와 햄, 치즈 등을 넣은 음식을 샌드위치 라 부르며 지금까지도 맛있게 먹고 있다. 샌드위치 백작은 아주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이름만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사전의 형식이지만 일반적인 사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어원에 대해 딱딱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의 기원이 된 인물과 그 인물에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또한 누군가의 이름이 단어로 정착되는 과정뿐 아니라 그 인물이 살았던 당시의 문화와 역사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마치 이야기책을 읽는 것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머리말

‘al-’로 시작하는 단어의 비밀 - algorithm 알고리듬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여성은 누구였을까? - bougainvillea 부겐빌레아
꽃 이름 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

바른생활 사나이,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다 - bowdlerize 바우들러라이즈
아일랜드의 왕따 - boycott 보이콧
허풍쟁이 기사 - braggadocio 브래거도시오
영국 군대의 패셔니스타, 제11경기병대 - cardigan 카디건
켈로그 박사는 왜 시리얼에 집착했을까? - cereal 시리얼
니콜라 쇼뱅의 유별난 나라 사랑 - chauvinism 쇼비니즘
컴스톡 씨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 comstockery 컴스토커리
화씨 대 섭씨

수세식 변기 납품업자 토머스 크래퍼 씨의 사연 - crapper 크래퍼
말에게 머리를 조아린 권력자들 - curry favor 커리 페이버
포카혼타스의 눈물 - Delaware 델라웨어
루돌프 디젤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설 - diesel 디젤
개를 사랑한 사람들

게으른 자들을 사형에 처하라 - draconian 드라코니언
스승의 이름을 욕되게 한 제자들 - dunce 던스
꺼꾸리와 장다리의 멋진 연기 - frick and frack 프릭 앤 프랙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 frisbee 프리스비
우연이 가져다준 명성 - galvanize 갤버나이즈
샐러맨더라구요? 아닙니다, 게리맨더입니다 - gerrymander 게리맨더
슈퍼맨에 필적하는 최고의 악당

체중 조절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다이어트 - graham cracker 그레이엄 크래커
선원들의 소심한 복수 - groggy 그로기
기요탱 박사의 인간미 넘치는 사형법 - guillotine 기요틴
트리니다드의 가장 유명한 아마추어 동물학자는? - guppy 거피
11월 5일, 암살자를 기억하라 - guy 가이
이름 속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후커 장군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 hooker 후커
훌리건, 불량배들의 멘토가 되다 - hooligan 훌리건
저쿠지 씨의 절절한 아들 사랑 - jacuzzi 저쿠지
로마의 1년은 10달이었다 - janitor 제니터
아기 코끼리의 안타까운 죽음 - jumbo 점보
무용수들은 왜 몸에 꽉 끼는 옷을 입을까? - leotard 레오타드
누가 진짜 린치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 lynch 린치
맬러프롭 부인의 썰렁 개그 - malapropism 맬러프로피즘
모자 이름 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

병사들을 쥐떼로 만드는 법 - martinet 마티넷
기꺼이 당신의 노예가 되겠소 - masochism 마조히즘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무덤 - mausoleum 마우솔레움
소 같은 건 필요 없어! - maverick 매버릭
오디세우스의 현명한 친구 - mentor 멘토
메스머 박사의 기묘한 치료법 - mesmerize 메즈머라이즈
니코의 선물, 세계를 중독시키다 - nicotine 니코틴
‘오난’의 죽음을 둘러싼 오묘한 해석 - onanism 오나니슴
성서에서 비롯된 단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세상의 모든 뚜쟁이들에게 - pander 팬더
로또 당첨번호는 판탈레온에게 물어보세요 - pants 팬츠
숙박업소 주인 파파라초의 간곡한 편지 - paparazzi 파파라치
말하는 조각상 - pasquinade 파스커네이드
40킬로그램 약골 소년의 눈물 나는 분투기 - pilates 필라테스
루이 15세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 - pompadour 퐁파두르
당신의 키를 침대에 맞추시오! - procrustean 프로크러스티언
꽃 파는 소녀의 품위 있는 말투 - pygmalion 피그말리온
히틀러 씨, 우리나라를 침략해주시오 - quisling 퀴즐링
평범한 시골뜨기, 최고급 호텔의 주인이 되다 - ritzy 리치
새로운 요리의 탄생

상상보다 훨씬 더 끔찍한 그 남자의 일생 - sadism 사디즘
슈래프널의 무시무시한 발명품 - shrapnel 슈래프널
번사이드 장군의 남다른 수염 관리 - sideburns 사이드번즈
실루엣 씨의 얄궂은 부채 해결법 - silhouette 실루엣
시민들의 편에 선 아테네의 입법자 - solon 솔론
고대로부터 전해진 유산

사랑스런 스푸너 목사의 즐거운 말실수 - spoonerism 스푸너리즘
유럽인들을 공포에 떨게 한 참혹한 질병 - syphilis 시필리스
한 번의 허세로 영원히 먹고 마시지 못하게 되다 - tantalize 탠털라이즈
오드리 공주의 순결한 맹세 - tawdry 토드리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속어의 세계, 슬랭!
외팔이 신, 티우를 아십니까? - Tuesday 튜즈데이
플라스틱 용기는 누가 만들었을까? - tupperware 터퍼웨어
오줌에 세금을 물린 로마 황제 - vespasian 베스파시안
프랑켄슈타인의 아버지 볼타 선생님 - voltage 볼티지
햄버거를 사랑한 뽀빠이의 친구 - wimp 윔프
하늘을 나는 타이타닉, 힌덴부르크호의 대참사 - zeppelin 체펠린

부록
후기

 

사장이라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 Thinker의 생각주변에서 경기가 어렵다는 말을 흔치 않게 듣고 피부로 느낀다. 이 말은 마치 우스개 농담이라도 되는 것처럼 흔한 공용어로 변질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창업자보다 폐업자들이 줄을 짓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 곳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음식이 맛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분위기가 좋아서, 서비스가 좋아서, 독특한 이벤트가 있어서 등 이유도 각양각색일 것이다. 이들은 명확한 컨셉이 있다. 하지만 이는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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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괴담집입니다.오래전의 일입니다. 이글루스 블로그가 유행이던 시절에 손안의책 출판사에서 나온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라는 책에 대한 포스트를 읽었습니다. 장바구니에 담았지만 결국 사지 못했고 곧 다른 것으로 관심이 바뀌면서 그런 책이 있었지 정도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에 대한 관심이 늘 있었어요. 근데 나이를 먹다보니 학원물은 좀처럼 손이 안가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작품을 읽었습니다. 태양이 없는 자리 였던가요? 잔잔하면서 사실감있고 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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